[트롯칼럼] 임영웅 ‘산골총각 영웅’, 갈등 없이도 웃음이 가능함을 보여주다

임영웅 ‘산골총각 영웅’, 갈등 대신 일상을 택한 화요 예능

SBS 화요 예능 ‘산골총각 영웅’이 4회차까지 방송되면서 시청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임영웅이 머무는 산골에 조째즈와 현봉식이 다녀갔고, 로이, 곽범, 넉살, 허경환도 차례로 찾아와 며칠의 산골살이를 함께했다. 매 회 손님의 얼굴이 달라지지만 프로그램이 향하는 곳은 같다. 서로를 부딪치게 하는 대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예능은 강한 캐릭터를 앞세우고 출연자 간 갈등을 긴장감의 동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극적인 편집이 더해지면 웃음은 빨라지고 자극은 커진다. ‘산골총각 영웅’은 이 흐름과 거리를 둔 채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는 평범한 하루를 화면에 올린다. 눈에 띄는 이벤트가 없는 일상이 과연 예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법한 구성이다.

그런데 시청자 반응은 그 의문과 다른 쪽으로 향한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는 한 팬은 힐링에만 초점을 맞춘 예능인 줄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출연자의 캐릭터를 부풀리거나 억지 설정을 하지 않는 점이 좋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편안함을 기대하고 틀었다가 웃음까지 얻었다는 반응이다. 이는 이 프로그램이 힐링과 재미를 따로 두지 않고 한 장면 안에서 함께 만들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판을 깔아주는 임영웅, 출연자 케미를 이끄는 힘

눈여겨볼 대목은 웃음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의 웃음은 요리 도중 생기는 사소한 실수처럼 일상에서 우연히 터져 나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미리 짜 놓은 설정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출연자들이 함께 웃는 모습에도 꾸밈이 덜 느껴진다. 시청자가 피식 웃게 되는 이유도 상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 있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임영웅이 있다. 방송에서 그는 함께하는 출연자의 특징을 빠르게 파악한 뒤, 그 사람이 돋보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거나 자연스러운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받아낸다. 자신이 먼저 웃음을 책임지려 나서기보다 상대의 이야기가 살아나도록 길을 터 주는 방식이다. 손님이 바뀌어도 대화의 온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도 이런 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돌발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프로그램 분위기를 좌우한다. 중심이 되는 사람이 차분하면 곁에 있는 출연자도 한결 편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눈에 띄려고 애쓰지 않아도 존재감이 전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골이라는 공간의 고요함이 임영웅의 태도와 맞물려 방송 전체의 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임영웅 예능이 시청자에게 건네는 편안한 몰입

자극을 줄인 구성은 시청자가 방송을 보는 방식도 바꾼다. 갈등이나 과장된 반응으로 시선을 붙들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는 출연자의 표정과 말투, 짧게 스치는 웃음까지 천천히 따라갈 수 있다. 큰 사건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청자가 장면을 쫓기보다 장면 속 사람과 보조를 맞추게 되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예능이 무엇을 비추는 프로그램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카메라가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담느냐에 따라 예능은 그 시대 시청자가 원하는 정서를 보여주는 창이 된다. ‘산골총각 영웅’이 보여주는 것은 누가 더 센 캐릭터인지가 아니라, 낯선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어떻게 어울리는지다. 복잡한 하루 끝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시간을 편안하게 누리고 싶은 시청자에게 이 방향은 설득력이 있다.

이제 4회차를 넘긴 만큼 앞으로 이 산골에 어떤 손님이 찾아오고 어떤 이야기가 쌓일지에 관심이 모인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갈등과 자극이 없어도 출연자의 진솔한 모습만으로 웃음과 몰입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임영웅이 가수로서 쌓아온 신뢰가 예능에서도 안정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산골의 일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볼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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