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칼럼] 임영웅 ‘또또’와 ‘사랑은 늘 도망가’, 신곡 하나로 끝나지 않는 빌보드 글로벌 행보

임영웅 ‘또또’와 ‘사랑은 늘 도망가’, 5년 시차를 둔 두 곡의 동반 진입

임영웅이 빌보드 글로벌 미국 제외 차트(Billboard Global Excl. U.S.)에 두 곡을 한꺼번에 올렸다. 2026년 9월 26일 자 차트에서 ‘사랑은 늘 도망가’가 150위, ‘또또(ToTo)’가 159위로 각각 처음 이름을 올렸다. 두 곡 모두 이 차트에서는 첫 진입이다. 그런데 이번 기록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은 순위보다 두 곡의 발표 시기가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또또’는 데뷔 10주년 스페셜 디지털 앨범 ‘IM HERO10’의 타이틀곡으로, 2026년에 나온 신곡이다. 반대로 ‘사랑은 늘 도망가’는 2021년에 발표됐다. 발표 후 5년이 흐른 노래가 갓 나온 신곡과 같은 주에 같은 차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보통 신곡이 나오면 관심은 새 노래로 쏠리기 마련인데, 이번 차트에서는 그 공식이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았다.

물론 차트 순위만으로 청취자들이 어떤 경로로 곡을 찾았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두 곡이 같은 주에 함께 집계됐다는 사실에서 한 가지 가능성은 읽힌다. 신곡을 계기로 가수에게 관심을 가진 청취자가 다른 노래를 이어 들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곡이 다른 곡으로 이어지는 청취는 음원 플랫폼에서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사랑은 늘 도망가’가 지닌 의미가 달라진다. 이 곡은 5년 전 발표된 노래지만, 이번 주 글로벌 차트에서는 처음 이름을 올린 곡이다. 노래의 수명이 발표 당시의 성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래전 노래라도 이제 막 임영웅을 알게 된 사람에게는 처음 만나는 노래일 수 있다.

임영웅 빌보드 글로벌 차트 7곡, 한 가지 색깔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번 진입으로 임영웅이 Billboard Global Excl. U.S.에 올린 곡은 모두 일곱 곡이 됐다. ‘Do or Die’는 최고 96위까지 올라 12주 연속 차트에 머물렀다. ‘모래알갱이’는 최고 102위를 기록하며 11주 동안 이름을 올렸다. 이어 ‘온기’가 161위,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169위, ‘순간을 영원처럼’이 최고 175위에 올랐고, 이번에 두 곡이 더해졌다.

곡 수만큼 주목할 부분은 곡들의 성격이다. ‘Do or Die’와 ‘모래알갱이’만 나란히 놓아도 음악적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 여기에 ‘온기’, ‘천국보다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처럼’, 그리고 이번의 ‘사랑은 늘 도망가’와 ‘또또’까지 더하면 특정 장르나 한 가지 분위기의 노래만 글로벌 차트에서 반응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는 임영웅이 걸어온 음악적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한때 그의 이름 앞에는 트로트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따라붙었다. 하지만 임영웅은 발라드와 포크, 팝, 록, EDM까지 다양한 장르를 자신의 목소리로 소화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글로벌 차트에서 성격이 다른 곡들이 하나씩 확인되는 것은 이런 이력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빌보드 코리아의 글로벌 케이송즈(Billboard Korea Global K-Songs)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임영웅은 최근 이 차트에 13곡을 동시에 올렸다. 최신곡에 관심이 집중되기 쉬운 음원시장에서 여러 곡이 한 차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청취가 특정 곡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서로 다른 차트에서 비슷한 양상이 나왔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국내 무대에서 시작한 임영웅, 해외 차트에서 발견되는 방식

임영웅의 글로벌 차트 성적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출발점에 있다. 그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움직여온 가수가 아니다. 국내 무대에서 노래하고 대중과 만나며 성장했고, 국내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음악 세계를 넓혀왔다. 대규모 해외 프로모션과 현지 활동을 앞세우는 일반적인 K팝의 해외 진출 방식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그런 가수의 노래가 국경 밖 플랫폼에서 하나둘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Do or Die’와 ‘모래알갱이’로 시작된 기록은 ‘온기’, ‘천국보다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처럼’으로 이어졌고, 이번에는 발표 시기가 전혀 다른 두 곡이 같은 주에 등장했다. 한 곡이 우연히 반짝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곡이 차례로 차트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다만 이 기록만으로 해외 대중성의 크기를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새 청취자가 유입됐는지, 기존 팬덤 밖의 소비가 어느 정도인지, 이런 흐름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더 많은 지표가 쌓여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150위와 159위는 완성된 성과라기보다 진행 중인 흐름의 한 장면에 가깝다.

그럼에도 변화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에는 신곡이 나오면 그 곡의 성적이 곧 가수의 성적이었다면, 지금은 신곡과 지난 노래가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오래된 노래가 신곡 옆에 나란히 서는 순간, 가수의 이력은 지나간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새로 들리는 음악의 목록이 된다.

임영웅의 ‘세계 최고’ 고백과 영웅시대의 응원

이런 차트 흐름과 겹쳐 보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지난 24일 공식 계정에 공개된 친구들과의 뉴욕 여행기 ‘놀고 먹고’다. 임영웅은 이 영상에서 20대 초반이었다면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1등이 되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런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며 “현실과 타협을 하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현실을 더 잘 알게 됐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무게도 예전과 달라졌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정상에 선 가수가 꿈을 말하기 조심스러워졌다는 이야기여서 팬들에게는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운 대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고백을 접한 팬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워진 가수를 향한 위로에 머물지 않았다.

팬들은 “꿈을 줄이지도, 현실과 타협하지도 말라”는 응원을 보냈다. “세계 최고가 되고 1등이 되고 싶은 꿈을 타협하면 영웅시대의 꿈과 행복도 축소된다”, “임영웅의 꿈과 성장 없이는 영웅시대의 행복과 성장도 멈춘다”는 글도 이어졌다. 가수의 꿈과 팬덤의 기대가 서로 맞물려 있다고 보는 팬들의 시선이 읽힌다.

그가 친구들 앞에서 오래된 꿈을 조심스레 꺼낸 즈음, 2021년에 나온 노래와 2026년 신곡이 글로벌 차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인상적이다. 이 우연한 겹침이 곧 어떤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은 한결 신중해졌어도 음악이 닿는 범위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다음 차트에서 어떤 곡이 이름을 올릴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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