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칼럼] 임영웅 ‘모이세’ M/V, 얼굴 대신 세계를 내세운 데뷔 10주년의 선택

임영웅 ‘모이세’ M/V, 주인공이 빠진 화면의 의미

15일 임영웅 공식 유튜브 채널에 ‘모이세’ Official M/V가 공개됐다. 러닝타임은 약 3분 50초다. 영상이 시작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수의 얼굴이 아니라 동양화풍으로 그려진 풍경이다. 임영웅이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가수가 화면 중앙에서 노래하는 구성은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익숙한 방식이다. 이번 영상은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전통 마을 풍경에 이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쇠를 두드리는 장면, 탈춤과 무용이 차례로 펼쳐진다. 한 사람의 표정보다 여러 사람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화면을 채운다.

이런 장면에는 AI 기술이 쓰였다. 실제 촬영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바다 위 항해와 환상적인 풍경을 AI로 구성해 영상에 담았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는 화면 덕분에 전통 소재도 고전적인 틀에 갇히지 않고 한결 가볍고 유쾌하게 읽힌다.

곡 제목이 ‘모이세’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선택은 설득력이 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는 노래의 영상이 한 명의 가수가 아니라 여럿이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제작 의도가 따로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가수가 빠진 자리를 마을과 악기, 춤이 대신하며 곡의 주제를 화면으로 풀어냈다고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임영웅 ‘순간을 영원처럼’에서 ‘모이세’까지, 고래가 이은 연결고리

‘모이세’ 영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바다 장면이다. 항해 중이던 배가 문어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지자 고래가 나타나 배를 돕는다. 전통 소재가 이어지던 화면이 갑자기 모험담으로 바뀌는 지점이어서 영상 전체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고래는 앞서 발표된 ‘순간을 영원처럼’과 이어지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두 곡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한 곡은 지나가는 시간을 소중한 순간으로 바라보게 했고, 다른 한 곡은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자리를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같은 존재가 두 작품에 등장하면서 곡마다 따로 떨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작업이라는 인상을 준다.

고래의 의미를 하나로 못 박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영상에서 고래가 위기에 처한 배의 곁에서 힘을 보태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혼자서는 넘기 힘든 파도를 함께 건넌다는 장면은 ‘모이세’라는 제목이 품은 함께함의 정서와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팬들에게는 이 고래가 하나의 읽을거리가 될 수 있다. 신곡의 영상을 이전 곡과 나란히 놓고 보면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곡이 공개될 때마다 영상 속 이미지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생긴다.

데뷔 10주년 임영웅, 발라드에서 록까지 이어온 장르 이력

‘모이세’가 나온 시점은 임영웅의 데뷔 10주년과 겹친다. 지난 10년 동안 그의 음악은 한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발라드와 포크, 록 등 여러 갈래를 오가며 폭을 넓혀왔다. 그런 이력을 감안하면 흥겨운 곡의 등장이 뜻밖의 변신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다음 걸음으로 보인다.

최근 곡들의 이야기에도 결이 있었다. ‘모래 알갱이’는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넸다. ‘온기’는 차가운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마음을 노래했다. ‘순간을 영원처럼’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소중한 순간으로 바라보게 했다.

세 곡이 개인의 내면이나 사람 사이의 온도를 향했다면 ‘모이세’는 시선을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로 옮겼다. 다루는 대상이 한 사람의 마음에서 모두가 어울리는 풍경으로 넓어진 것이다. 곡의 정서는 바뀌었지만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한다는 점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모이세’를 이전 곡들과 대립하는 곡으로 읽을 이유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살피던 노래가 쌓여 있었기에 사람들을 한자리에 부르는 노래도 설득력을 갖는다. 장르의 폭과 주제의 폭이 함께 넓어진 지점에서 10주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임영웅 ‘모이세’가 남긴 과제, 곡과 영상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

이번 뮤직비디오는 가수의 얼굴 없이도 곡 하나가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양화풍 풍경과 전통 소재, 판타지적인 바다 이야기가 한 영상 안에서 어울린다. 노래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상으로 한 번 더 곡을 체험하게 하는 구성이다.

여기에 고래라는 공통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곡과 곡 사이에 흐름이 생겼다. 앞으로 공개될 작품에서 이 이미지가 어떻게 이어질지, 혹은 새로운 상징이 등장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곡마다 영상을 세심하게 구성하는 방식이 이어진다면 팬들의 관전 포인트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결국 ‘모이세’는 데뷔 10주년을 맞은 임영웅이 음악의 폭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다. 조용히 들려주던 가수가 신나게 함께하자고 부르는 노래를 내놓았고, 그 노래를 얼굴 없는 영상에 담았다. 두 가지 선택이 함께 만든 이번 신곡은 임영웅의 다음 행보를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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