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데뷔 10주년, 기록보다 ‘듣고 싶은 말’을 먼저 꺼내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임영웅이 매거진 에스콰이어와 10문 10답을 나눴다. 10년을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지나온 활동을 되짚는 답이 주를 이룰 법했다. 그러나 이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앞으로의 10년을 향한 답변들이다. 10년 뒤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묻자 그가 꼽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였다.
이 답이 흥미로운 이유는 선택하지 않은 말들 때문이다. 10년을 활동한 가수라면 내세울 성적표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임영웅은 순위나 수식어 대신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표현을 골랐다. 기록은 가수가 쌓아 올리는 것이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청자가 건네야 완성된다. 평가의 기준을 자신이 아닌 듣는 사람에게 둔 셈이다.
10년 뒤 20주년의 모습을 그리며 내놓은 답에도 같은 방향이 담겼다. R=VD, 곧 Realization = Vivid Dream이라는 문장을 적었고, “추억을 꺼내면, 그곳에 내 노래가 있었다”는 말도 남겼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뜻의 문장 옆에 놓인 것이 차트 1위나 기록이 아니라 추억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정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의 계절과 사람이 떠오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특히 오랜 세월 가요와 함께 살아온 세대일수록 노래는 곧 한 시절의 풍경이다. 임영웅이 바라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기 노래가 자리 잡는 일이다. 이 바람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영역이어서, 가수에게는 어떤 기록보다 이루기 어려운 목표일 수 있다.

트로트에서 출발한 임영웅, 장르보다 ‘목소리’로 기억되길 원한다
인터뷰에는 음악관을 엿볼 수 있는 질문도 있었다.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가 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임영웅은 장르는 음악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장르 구분을 중요하게 여기기보다 어떤 음악을 들려주느냐에 무게를 두는 태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답변은 그의 활동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임영웅은 트로트로 출발했지만 발라드와 팝, 포크 등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줬다. 여러 장르를 오가는 행보가 먼저 있었고, 장르는 설명의 도구일 뿐이라는 발언이 그 뒤에 나온 것이다. 말과 활동이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답변은 설득력을 갖는다.
장르가 곡을 소개하는 이정표라면 가수의 정체성은 그 곡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같은 장르 안에서도 가수마다 다른 노래가 나오고, 다른 장르의 곡도 한 가수의 목소리를 거치면 그 가수의 노래로 들린다. 임영웅이 장르의 이름보다 ‘임영웅의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것으로 읽히는 이유다.
10년 뒤 듣고 싶은 말이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는 점도 이 맥락에서 다시 보인다. 트로트 가수나 발라드 가수 같은 분류보다 한 사람의 가수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두 답변에 함께 깔려 있다. 장르의 울타리를 넘어 목소리와 해석으로 남겠다는 의지가 이번 인터뷰의 가장 일관된 줄기다.

임영웅의 10년을 받친 체력 관리와 나눔, 무대 밖에서 쌓인 신뢰
한 가수가 10년 동안 활동하려면 좋은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임영웅은 꾸준히 운동하며 몸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긴 시간 공연을 이끌어야 하는 가수에게 체력은 노래의 일부나 다름없다. 무대에서 안정적인 노래를 들려주려면 무대 밖의 일상이 먼저 단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습관이다.
축구를 비롯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도 그의 활동 방식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뒤에도 자신의 취미와 생활 리듬을 지켜 간다는 것은, 인기를 쫓기보다 꾸준함을 택해 왔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래가는 가수가 되겠다는 바람은 이런 생활 습관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나눔 역시 그의 10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임영웅의 선행은 팬클럽 영웅시대의 기부와 봉사로도 이어졌다. 가수 한 사람의 실천이 팬들의 활동으로 번졌다는 사실은, 팬과 가수가 노래 너머에서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증거다. 팬덤이 응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된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들을 겹쳐 보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는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사람들이 어떤 가수를 오래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 실력만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나온다. 몸을 돌보는 성실함, 일상을 지키는 꾸준함, 팬들과 함께한 나눔이 쌓여 신뢰의 바탕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임영웅이 바라는 한마디는 무대 안팎의 시간이 함께 만들어야 얻을 수 있는 말이다.

‘좋은 가죽 재킷’ 같은 가수, 임영웅이 그리는 다음 10년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비유는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말하는 대목에 있다. 임영웅은 시간이 지나도 멋스러운 ‘좋은 가죽 재킷’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새것일 때의 모양새보다 오래 입을수록 깊어지는 질감에 더 가치를 두는 물건에 자신을 빗댄 것이다. 10년의 성과를 자랑하는 대신 앞으로 쌓일 시간을 이야기한 셈이다.
이번 인터뷰의 주요 답변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인다. 좋아하는 가수라는 말, 추억 속에 남는 노래, 장르에 갇히지 않는 음악, 오래 입는 가죽 재킷은 모두 긴 시간을 전제로 한다. 한 시즌의 성과가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데뷔 10주년이라는 이정표가 끝이 아닌 중간 지점으로 읽히는 이유다.
이는 오랫동안 한 가수를 응원해 온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다. 팬이 가수에게 바라는 것은 대개 한때의 화려함보다 오래도록 곁에 있어 주는 일이다. 임영웅이 스스로 그런 방향을 말했다는 점에서, 이번 10문 10답은 팬들에게 보내는 약속처럼 들리기도 한다. 약속의 무게는 앞으로 부를 노래들이 채워 가게 될 것이다.
10년 뒤 20주년의 무대에서 어떤 노래가 불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임영웅이 10주년에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얼마나 많은 기록을 세웠느냐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노래로 남느냐다. 그 답을 쌓아 가는 일이 임영웅의 다음 10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의 노래를 함께 들어 온 사람들이 가장 정직한 평가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