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칼럼] 임영웅이 10주년 케이크에 숫자 1을 꽂은 이유, 기록보다 다시 찾는 사람들에 있다

임영웅 데뷔 10주년 케이크에 꽂힌 초 하나의 의미

임영웅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에스콰이어 화보 촬영 현장에서 영웅시대에게 건넨 케이크에는 ’10’이 아닌 ‘1’이 꽂혀 있었다. 생애 첫 매거진 표지를 장식한 자리였다. 2016년 8월 8일 싱글 ‘미워요’로 첫발을 뗀 가수가 10년이라는 큰 숫자 대신 새 출발을 뜻하는 숫자를 고른 셈이다.

기념일에는 지나온 햇수를 크게 내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임영웅의 선택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쌓아 온 기록의 성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 기록은 한 번 찍고 끝나는 숫자가 아니라, 같은 사람들이 거듭 찾아오면서 불어난 숫자에 가깝다. 케이크 위 초 하나는 그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읽힌다.

데뷔 10주년인 8월 8일에는 팬카페에 직접 쓴 글도 올렸다. 그는 TV 방송도 거창한 무대도 없이 CD 몇 장만 들고 시작한 10년 전을 돌아봤다. 당시 그의 무대를 찾아 현수막을 걸고 풍선 100개를 직접 불어 나눠 주던 20여 명의 초창기 팬도 떠올렸다.

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팬을 한데 묶어 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쁜 하루 끝에 노래를 틀어주는 사람, 콘서트장에서 목이 쉬도록 이름을 외치는 사람, 글을 끝까지 읽어준 사람을 각각 짚으며 “한 분 한 분이 나에겐 다 무대이고, 이유이고, 오늘”이라고 썼다. 음악을 듣는 방식도 응원하는 방식도 다른 사람들을 모두 같은 무게로 대한 셈이다.

임영웅 공연 81회와 멜론 143억 회가 말하는 재방문의 힘

임영웅의 숫자들을 한 줄로 세우면 공통점이 보인다. 지금까지 치른 공연은 81회, 누적 관객은 91만 명이다. 공연장은 같은 곡이라도 매번 다른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어서, 관객 수 못지않게 얼마나 다시 찾아왔느냐가 기록의 질을 좌우한다. 이 정도 규모의 누적 관객은 한 번의 흥행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공연장 밖의 지표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멜론 누적 스트리밍은 143억 회에 이르렀다. 이 숫자는 신곡 발표 직후의 반짝 관심으로는 만들 수 없는 단위다. 같은 노래를 하루에도 몇 번씩 재생하고, 다음 날 또 틀어 온 청취가 쌓인 결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유튜브 구독자 179만 명이라는 수치 역시 구독이 새 영상 알림을 통해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장치라는 점을 생각하면, 꾸준한 관심의 증거로 읽을 수 있다. 공연, 음원, 영상이라는 서로 다른 세 무대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관심이 한 플랫폼에 몰려 있지 않고 여러 갈래로 이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상암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다. 이 영화는 35만 관객을 모아 공연 실황 영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미 공연장에서 노래를 들었거나 영상으로 접했을 법한 무대를 극장에서 다시 보기 위해 관객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재방문형 팬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초동 114만 장 이후 임영웅이 CD를 내려놓고 고민한 것

임영웅이 처음 큰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20년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진에 오르면서다. 이후의 행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인기가 오른 시점의 선택이다. 그는 예능과 행사 현장으로 향하는 흐름 대신 정규 1집 준비에 집중했다고 알려져 있다. 얼굴을 알리는 일보다 음반이라는 결과물을 먼저 챙긴 셈이다.

그 결과물이 2022년 정규 1집 ‘IM HERO’다. 이 앨범은 초동 판매량 114만 장을 기록했다. 초동은 발매 직후 첫 일주일 안팎의 판매량을 가리키는 만큼, 팬덤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오디션 우승이라는 화제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의 기록이 가수의 첫 정규 앨범에서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다. 임영웅은 2집을 준비하면서 실물 CD 대신 환경과 소장 가치를 함께 고려한 패키지를 고민하는 선택을 했다. 114만 장이라는 기록이 실물 음반의 힘을 증명한 바로 뒤에, 그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대목은 기록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록을 만든 이유를 지키려는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팬이 앨범을 사는 이유가 노래를 소장하고 싶어서라면, 그 소장의 형태를 바꾸는 일도 팬을 위한 고민이 될 수 있다. 정점의 숫자를 되풀이하기보다 다음 방식을 찾겠다는 선택은 케이크 위 숫자 1과도 결이 통한다.

임영웅 25억 원 기부와 134개 트로피, 관계로 쌓은 10년

임영웅이 받은 공식 수상은 134개에 이른다. 어떤 가수에게나 수상 횟수는 대중과 업계의 인정을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기록이다. 그러나 그의 10년을 설명하는 요소로 트로피만 꼽기에는 부족하다. 숫자가 큰 만큼 그 숫자를 만든 관계의 질도 함께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기록이 25억 원의 기부다. 단칸방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 온 기부라는 점이 중요하다. 형편이 넉넉해진 뒤에 시작한 일이 아니라 넉넉해지기 전부터 해 온 일이라는 뜻이어서, 이 금액은 팬덤 바깥의 사람들에게도 그를 설명해 주는 근거가 된다.

이렇게 보면 팬카페 글에 등장한 20여 명의 초창기 팬 이야기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현수막을 들고 먼 길을 찾아오던 소수의 팬이 있었고, 지금은 91만 명의 누적 관객과 35만 명의 극장 관객이 있다. 규모는 달라졌지만, 무대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가수가 서로를 기억한다는 구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은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

10주년 케이크에 초 하나를 꽂은 장면은 결국 그 관계를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약속으로 읽힌다. 큰 숫자를 자랑하는 대신 새로 시작하는 숫자를 고른 가수 곁에는, 이미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임영웅의 다음 10년을 가늠하게 하는 단서는 기록의 크기보다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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